조 편성 당시 서로 웃은 두 팀, 젠지 e스포츠와 C9이 4강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젠지는 과거의 영광을 찾기 위해, C9도 처참히 구겨질 대로 구겨진 북미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적어도 오늘 경기만 승리해도 올해는 유럽보다 잘했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대진이 확정됐을 때, 두 팀 모두 축제 분위기였던 이유는 그룹 스테이지 경기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 C9은 1라운드에서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주며 전패를 거뒀다. 2라운드에서는 전혀 다른 팀이 되어 기적처럼 기사회생에 성공해 8강까지 진출했지만, 여전히 약점이 명확한 팀이다.

젠지 e스포츠 역시 우여곡절 끝에 1위를 차지했지만, 다른 조 1위와 비교했을 때 체급이 동등하다고 보기 힘든 경기력이었다. 결과가 전부인 프로의 세계라곤 해도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면 젠지 팬들은 여전히 불안함이 있을 거다.

두 팀의 대결에서 핵심은 아무래도 미드다. '비디디' 곽보성은 흔들리는 젠지 속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언제나 중심을 잡아주며 팀을 캐리 해왔다. '퍽즈' 루카 페르코비치는 도깨비 같은 선수다. G2 시절부터 그랬다. 잘하다가도 물음표를 연발하게 되는 쓰로잉을 하기도 하고, 의아한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그의 뒤에 월드 클래스라는 꼬리표가 붙는 건 고점이 높기 때문이다.

고로 '퍽즈'의 슈퍼 플레이가 C9 다른 팀원들과 얼마나 잘 융화되느냐, 그리고 '비디디' 곽보성이 '퍽즈'를 얼마나 잘 봉쇄할 수 있느냐가 승패를 결정지을 포인트로 보인다.

먼저 퍽즈의 롤드컵 지표를 살펴보면 15분 CS 차이 +6, 15분 골드 차이 +410, 15분 경험치 차이 +336으로 엄청 높은 지표는 아니지만 C9이 그룹 스테이지 1라운드 전패, 최종적으로 3승 4패를 거뒀다는 점을 보면 고군분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놓쳐선 안 되는 게 '퍽즈'는 고점과 저점이 명확한 선수다.

'비디디'는 논란의 여지없이 뛰어났다. 팀 대미지 비중 29.5%, DPM 543으로 '쵸비' 정지훈에 이어 둘다 2위다. 초반 라인전 지표도 15분 CS 차이 +5.9, 15분 골드 차이 +314, 15분 경험치 차이 +398로 준수하다. 또한, 결정적인 순간에 다른 팀원들이 다 흔들려도 '비디디'는 슈퍼 플레이를 통해 이를 다잡았다.

8강까지 오는 과정에서 경기력이 100% 만족스럽진 않을 젠지 e스포츠지만, 지금부터 잘하면 된다. 결국, 커리어가 증명하는 것이고 C9을 꺾고 4강에 오른다면, EDG를 상대로도 충분히 할만한 매치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미 반대편은 LCK 내전으로 결승 한자리가 정해진 상황, 많은 LCK 팬들은 젠지 e스포츠도 C9을 각성의 발판으로 삼아 오랜만에 LCK 내전 롤드컵 결승을 지켜보고 싶어한다.


■ 2021 롤드컵 녹아웃 스테이지 8강 4경기

젠지 e스포츠 VS C9 - 25일 오후 9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