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LCK 서머 스플릿, 리브 샌드박스의 낭만을 기억하는 팬들이 많으리라. 동년 스프링 스플릿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던 리브 샌드박스는 이렇다 할 강점을 보이지 못하고 6승 12패로 8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로스터를 고정하고 본격적으로 임한 서머 스플릿에선 확연히 달라진 경기력과 본인들만의 뚜렷한 플레이 스타일을 뽐내며 11승 7패로 최종 5위를 기록했다.

당시 리브 샌드박스의 매 경기엔 많은 관심이 모였다. LCK 10개 팀 중 가장 공격적인 교전 중심의 운영을 펼쳤기 때문이다. 탑 감수성이 그 누구보다 풍부한 '서밋' 박우태의 저돌적인 성향과 화끈한 캐리력이 첫 번째 옵션이었고, 스프링 스플릿의 범인으로 지목됐던 '에포트' 이상호의 기적적인 플레이 메이킹이 두 번째 옵션이었다. 이와 함께 '크로코-페이트-프린스'도 각자의 위치에서 맹활약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리브 샌드박스는 올해도 작년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리빌딩을 마치고 임한 2022 LCK 스프링 스플릿에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4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서머 스플릿을 앞두고 이뤄진 '프린스' 이채환의 재합류와 함께 방향성을 제대로 찾은 느낌이다. 아직 정규 시즌이 3주 차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지난 스프링에서 거뒀던 4승을 이미 달성하고 기세를 잔뜩 올린 상태다.

현재 리브 샌드박스의 승리 공식은 상당히 단순하다. '크로코' 김동범이 앞장서 초중반을 이끄는데, 그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면 손쉽게 승리한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선 라인전 과정에서 열세에 놓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럴 땐 어떻게든 성장한 '프린스'의 매서운 딜링을 앞세운 완벽한 한타로 역전승을 만든다. 무난한 승리보다 아슬아슬하고 짜릿한 승리가 많기에 더욱 낭만적인 그들이다.

'프린스'의 합류는 리브 샌드박스 입장에서 둘도 없는 호재였다. 단 한 명의 선수가 이 정도의 파급력을 불러온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확실한 후반 캐리력을 보유한 봇 라이너는 리브 샌드박스의 더없이 부족했던 결정력을 완벽히 채웠다. 심지어 치명적인 약점이었던 부족한 경험과 오더 능력까지 어느 정도 보완됐다. 더구나 관계자들로부터 늘 좋은 평가를 받았던 '카엘' 김진홍도 '프린스'의 옆에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도브' 김재연의 유연함도 눈길을 끈다. 탑 라인이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졌던 그는 탑 아지르를 LCK 최초로 선보이며 DRX전 승리를 견인했다. 지난 미드 라이너 시절의 기억과 현재 진행 중인 탑 라이너로서의 경험이 제대로 합쳐진다면 앞으로 보다 다재다능한 선수가 될 '도브'다. '클로저' 이주현의 자신감과 과감성도 돋보였다. 슈퍼 플레이와 쓰로잉은 종이 한 장 차이인데,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플레이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재밌는 점이 있다. 지난 스프링 스플릿에서 리브 샌드박스의 평균 경기 시간은 31분 46초로 모든 팀 중 가장 빨랐다. 그런데 이번 서머 스플릿에서의 평균 경기 시간도 31분 43초다. 달라진 것은 스프링 스플릿에선 오직 얻어맞는 데에만 31분을 사용했다면, 지금은 승리까지 거두는 데 31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거다.

지난 3주 동안 눈부시게 성장한 기량을 뽐낸 리브 샌드박스지만, 아직 불안정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먼저 '크로코-프린스'의 플레이 메이킹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으며 '도브-클로저'의 라인전이 너무 약하다. 비슷한 체급의 팀은 중반 교전만으로도 이길 수 있겠지만, 젠지-T1-담원 기아 등을 상대로는 승리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조차 어렵다.

지금까지 보여준 조합의 컨셉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도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세나를 필두로 온갖 봇 조합이 나오고 있지만 원딜 캐리를 포기할 수 없는 리브 샌드박스는 상체에 상관없이 봇 캐리 조합만 꾸리고 있다. 이에 '크로코'에겐 초반 교전에 능한 정글 챔피언이 강요되며, 그의 낮은 비에고 숙련도도 언젠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아직까진 메타가 웃어주고 있다지만 앞으로도 긴 레이스가 남아 있기에 변화에 미리 대비해야 하겠다.

이번 4주 차에 리브 샌드박스는 한화생명e스포츠와 농심 레드포스를 차례로 만난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잠재력은 풍부하나 신인의 한계를 뚫지 못하고 있고, 농심 레드포스는 네임 밸류에 비해 여전히 아쉬운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만약 리브 샌드박스가 우수한 경기력으로 두 팀을 모두 꺾고 5연승을 달린다면, 올해도 낭만 가득한 서머 스플릿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 2022 LCK 서머 스플릿 정규 시즌 4주 차 리브 샌드박스 경기 일정

리브 샌드박스 vs 한화생명e스포츠 - 7일(목) 오후 8시
리브 샌드박스 vs 농심 레드포스 - 9일(토) 오후 5시

* 사진 출처 : L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