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치 오브 더 위크, 1위 결정전, 1라운드 최강자전. 수식어 가득한 특급 매치다. 젠지 e스포츠와 T1, T1과 젠지 e스포츠가 맞붙는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본다면 T1이 젠지 e스포츠의 자리를 노리는 모양새다. 젠지 e스포츠는 그 어느 때보다 완성도 있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무패 6연승을 달성,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T1은 스프링부터 이어진 기나긴 연승이 끊겼다. 5승 1패 호성적이긴 하나, 경기력은 불안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스토리상으로는 반대다. T1은 어렵게 되찾은 왕좌를 지켜야 하고, 호시탐탐 왕위를 노리는 젠지 e스포츠에게는 '적기'가 찾아왔다.

T1은 지난 스프링 스플릿서 10번째 LCK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잠시 담원 기아에게 내줬던 왕위를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그것도 무려 '전승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면서. '0입'이라는 오명을 선견지명으로 바꾸어버린 특급 신인 '제우스' 최우제는 팀적으로 엄청난 수확이었고, 건재한 '페이커' 이상혁과 완벽한 신구 조화는 T1이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젠지 e스포츠는 대규모 리빌딩 과정에서 사령탑 '피넛' 한왕호를 트레이드 받고, '쵸비' 정지훈이라는 초대형 매물을 영입하는데 성공하면서 반지원정대를 잇는 또다른 '슈퍼팀'을 완성했다. 최상급 메카닉의 딜러진과 판을 짤 줄 아는 정글러의 조합은 안 봐도 강했다. 하지만, 순차적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연습에 지장을 겪고, 일부 선수는 부진에 시달리면서 결국 T1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올해 두 팀의 상대 전적은 당연히 스프링 전승인 T1의 우세(세트 7승 1패)다. 젠지 e스포츠가 승리한 건 결승전에서의 단 한 세트 뿐이다. 현재 로스터와는 관계 없지만, 시야를 좀 더 넓혀 팀 상성으로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단일 팀 체제인 2015 시즌부터 두 팀의 LCK 상대 전적은 T1이 88전 63승 25패로 앞선다. LCK를 포함한 공식전은 T1 72 : 젠지 38이다.

사실 숫자와 별개로, 유독 인연이 없는 LCK를 제외한 다른 무대에서는 젠지 e스포츠도 좋은 기억이 꽤 있다. 2020년과 2018년 월드 챔피언십 선발전에서 T1을 만나 두 번 다 승리한 경험이 있으며, 2017년과 2016년도에는 월드 챔피언십 결승에서 연속으로 만나 번갈아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이런 역사가 모여 T1과 젠지 e스포츠는 라이벌 관계가 됐고, 클래식 더비라 불린다.

팀 스토리와 더불어 봐야 할 게 또 있다. 2022 시즌 젠지 e스포츠 선수들이 T1에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다. '쵸비'-'도란'-'리헨즈'는 그리핀 시절 2연속 정규 시즌 우승 후 준우승이라는 웃지 못할 이색적인 기록을 세워야 했고, '피넛'은 T1과 한때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락스 타이거즈 출신이다. 젠지 e스포츠의 프랜차이즈 스타 '룰러' 박재혁이야 말할 것도 없다.

이번 대결이 더욱 흥미진진한 이유는 이처럼 도전자이자 불리한 팀 상성의 젠지 e스포츠가 현재 폼으로는 비교적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젠지 e스포츠는 지난 6번의 경기 동안 흐트러지는 모습이 거의 없었고, 선수 개개인도 절정의 기량을 뽐내는 중이다. 체급 자체가 너무 높다. 이제는 진짜 우승이 적기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올 정도다. 반대로 T1은 탑-정글을 제외하곤 종종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최근 경기력이 우세한 젠지 e스포츠냐, 아니면 승리의 기억이 많은 T1이냐. 끝날 때까지는 감히 승패를 속단하기 어려운 빅매치 중의 빅매치다. 과연, 젠지 e스포츠가 T1마저 잡아내며 '1황'의 자리에 더 가까워질까. 아니면 T1이 젠지 e스포츠를 재도약의 부스터로 삼을까. 어쩌면 올 여름 엔딩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 승부가 곧 막을 올린다.


■ 2022 LCK 서머 스플릿 정규 시즌 18일 차 일정

1경기 젠지 e스포츠 vs T1 - 8일 오후 5시
2경기 광동 프릭스 vs kt 롤스터


사진 출처 : 라이엇 게임즈